[강태광의 행복칼럼] 돈으로 행복을 사라!
지난 토요일 오후 중년의 부인이 사무실을 찾아 왔다. 그리 멀지 않긴 했지만 걸어서 오셨단다. 어렵게 찾아와 수줍게 봉투하나를 내미셨다. 신문에서 보셨다며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하셨다. 봉투를 앞에 놓고 기도하는데 목이 메었다. 기도 중에 마음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났다. 그 갸륵하고 순수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알아주시고 복 주시길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 후에 잠시 대화를 했다. 요즘 감사한 일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던 중 신문을 보고 용기를 냈단다. 소액이어서 망설였고, 성당에 드릴까도 생각하다가 연락을 주셨다고 했다. 물론 큰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소중한 쌈짓돈이었다. 건강을 위해 걸으신다고 말씀하셨지만 개인 자동차가 없으신 분이셨다. 그리 넉넉지 않은 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사무실을 나와 배웅해 드렸다. 마스크를 뚫고 나오는 그분의 미소가 너무 아름다웠고, 뒷모습도 멋지고 부러웠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며 배웅했다. 걸음걸이가 신나고 행복해 보였다. 그 행복에 동참하고파 그분 기부금 만큼 필자도 보탰다. 이번달도 조금 무리하게 되었다. 토요일 오후 내내 가슴이 뛰었다.
얼마 전 호주의 한 방송사는 국민행복지수 신장을 위해 120만 명이 참여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비결의 파악을 위한 프로젝트의 결과는 개인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일이 ‘봉사활동’과 ‘기부’로 드러났다. 행복하려면 기부와 봉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행복을 풀다'의 저자 모 가댓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기부라고 주장한다. 그는 행복을 원하면 기부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을 먼저 주면, 삶은 반드시 이자를 보태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정부 주도 복지정책보다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에 의한 사회적 지원이 훨씬 효과적이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하면 전반적인 사회 경제가 성장해서 기부자도 이득을 보게 된다.
사실 기부는 알고 보면 남을 위한 것보다 자신을 위한 일이다. 가장 수준 높은 이기적 행위요 숭고한 즐거움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기분이 나빠지는 일은 없다. 조건 없이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우리 몸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돼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일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쓰는 사람은 스스로 행복감을 훨씬 더 느낀다.
영국에 본부가 있는 자선원조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은 매년 세계 각국의 기부지수를 발표한다. 기부금 액수가 아니라 기부 활동 중심으로 금전기부, 자원봉사, 낯선 사람 돕기 등 3개 항목을 종합한다. 3개 항목의 인구 대비 통계를 바탕으로 종합점수를 산정하고 국가별로 순위를 발표하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일랜드,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그리고 영국 등이 기부 선진국으로 등장한다.
적어도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부지수는 초라하다. 기부지수가 60위 내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행복지수도 하위권인 60위 언저리다. 한국은 기부 후진국이요, 행복후진국이다. 논리적 비약이 없지 않지만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가 기부 부족처럼 보인다. 한국인은 종교적 기부에는 인색함이 없는데 일반 기부와 나눔은 아주 저조하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에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중에 큰 장애물이 기부와 나눔의 비밀을 모르는 것이다. ‘많이 쌓아두고 많이 가져야 행복하다’는 의식의 전환 없이는 기부 후진국, 행복 후진국을 벗어 날 수 없다. 통계나 전문가는 한 목소리로 ‘행복하려면 나누어라!’라고 말한다. 성경도 ‘주는 자가 복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 나눠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