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이 여름이 행복한 이유
한남옥
시인· 나성영락교회 권사
여름이다. 한해살이 꽃이나 풀들은 짧은 그들의 삶이 일 년 뿐임을 아는 것 같다. 잠자는 것도 아까워 밤사이에도 한 자 씩은 자라는 것 같다. 아침이면 ‘어제보다 이만큼 컸어요’ 하면서 싱그럽고 건강한 미소로 인사한다. 한 해 살이 식물 중 오이나 고추, 토마토 등에는 연약한 줄기를 세워주고 떠받쳐줄 지지대가 필요하다. 나팔꽃도 잎이 자라면서 잡고 올라갈 지지대를 찾으며 넝쿨 손이 주위를 더듬는다.
연약하지만 지지대만 있으면 그것을 잡고 잘 성장한다. 지지대를 타고 올라간 오이가 튼실하고 곧게 자란 열매들을 자랑하듯 내밀고 있다. 고추 나무에 풋고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화분에 심은 나팔 꽃이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 나팔 부대를 이루며 힘차게 노래한다. 지지대 덕분에 바람이 불어도 세찬 비가 내려도 끄덕 없이 자라며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며 시절에 충실하다.
밤에도 성장한다. 해를 좋아하는 식물들이지만, 모두가 어두움 속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다. 연약한 한 해 살이 넝쿨 식물들도 지지대를 안식처로 삼고, 어두움을 맞는다. 어두움 속에서는 우주를 본다. 낮에는 볼 수 없던 별을 보고 달을 본다. 꿈을 꾼다. 하나님은 우리 집 울타리 뿐 아니라, 온 우주 가운데 지지대를 만드시며, 잡고 올라가 우주를 보라 하신다. 큰 꿈의 노래를 자장가로 불러주신다. 그 품에 달콤한 잠을 자고 나면 맑은 이슬 내려와 세수를 시킨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소명 앞에 자신의 연약함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사명자들을 본다. 왕자였던 모세, 그가 애굽 사람을 죽이고 바로 왕을 피해 40년이나 은둔 생활을 했다. 80세의 연약해질 대로 연약해진 모세에게 하나님께서는 바로 왕에게 가서 당신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출해 나오라고 명령하신다. 못한다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하나님께서 그의 연약함을 모르시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형 아론을 지지대로 또 하나님 자신이 지지대가 되어 주시어 바로를 이기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는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게 하신다.
한 해 살이 식물들처럼 우리의 삶도 제한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는 곧게 뻗어 나갈 수 없는 연약함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말씀이나 성령 충만함이나 돕는 천사 등의 지지대를 주셔서 붙잡게 하시고 자라 결실을 맺게 하신다. 인생의 밤에는 하늘나라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꿈을 꾸게 하신다. 낮에는 지지대를 따라 넝쿨손 내밀어 꼭 잡고 쑥쑥 성장하며 열매 맺게 하신다.
가끔 ‘아빠하고 나하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어릴 적에는 일찍 가신 육신의 아빠가 그리워서 즐겨 불렀다. 지금은 나의 삶의 든든한 지지대를 놓아주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좋아서 흥얼거린다. 말씀의 지지대에 내 가는 넝쿨 손을 감는다. 보내 주신 천사에게 넝쿨 손을 감는다. 낮으로 밤으로 십자가 지지대를 붙잡게 하신다. 참으로 혼자는 설 수 없는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지만 십자가 든든한 지지대를 세워주신 그분으로 인해 꽃 피우고 열매 맺어가는 이 여름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