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부채 고통에 콜렉션까지 '닦달'
한인 등 미국인 1500만여명
500억달러 병원부채 '신음'
공격적 추심에 소송도 불사
보험 없는 시골지역 더 극심
“응급실에 일주 가량 입원했다가 병원비 폭탄을 맞았습니다. 응급실 비용 5000달러에 평소 복용하던 약을 못 먹게 하고 병원에 준 약값만 2000달러, 수시로 한 혈액 검사 비용만 1만5000달러, CT 촬영에 7000달러…6일 머물렀는데 6만달러라니, 미국 병원비가 살인적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
얼마 전 병원 응급실에서 일 주간 입원했던 한인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 많은 병원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다. “아직까지 보험사가 어디까지 커버해 줄지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는 A씨는 “제발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아웃오브 포켓’ 머니가 크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전했다.
한인을 비롯 많은 미국인들이 과다한 의료비용 부채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500만여명이 의료비용을 제때 갚지 못해 큰 고통을 겪는 상황이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크레딧리포트 통계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미국인들이 미 지불한 의료비는 자그마치 490억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2000억달러에 뮥박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의료비 부채도 힘겨운데 이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추심을 담당하는 콜렉션 에이전시들의 공격적인태도다. 더 많은 병원들이 예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밀린 병원비를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병원 진료후 디덕터블 2000달러 가량의 고지서가 나와 매달 미니멈 50달러씩 두 달을 갚아가고 있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밝힌 그는 “하지만 갑자기 세 달 째 ‘미상환부채(bad debt)’로 분류된 콜렉션 에이전시의 편지를 받아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페이먼트를 내고 있었는데도 콜렉션으로 넘어갈 줄은 몰랐다” 며 “여태껏 크레딧을 잘 관리해 왔는데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병원의 경우는 밀린 진료비를 받아내겠다며 대대적인 소송전을 벌이기도 한다. WSJ에 따르면 캔자스주 프랫카운티의 한 병원은 지난해 여름 진료비를 내지 않은 환자들을 상대로 수 십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병원은 지난해 말까지 인구 9000명에 불과한 카운티에서 400여명을 고소했는데 이는 지난 5년간 병원이 제기한 총 소송 건수 보다도 많은 수치다.
WSJ은 특히 의료 부채에 대한 콜렉션 문제는 주민이 대부분 고령이거나 보험에 가입돼있지 않고, 병원도 재정적 문제를 겪고 있는 시골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