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금물, 능력과 의지 고려해 선택해야"
AP수업은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서 특정 클래스를 들을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아이비리그 프린스턴대 캠퍼스. /Princeton University
고등학교 AP수업, 몇 개나 들을까
가능하면 9학년 때 1~2개로 시작, 차차 갯수 늘려야
도전적 과목으로 대학학점 취득, 대학입시에서도 유리
자녀의 대학 진학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가능한 범위내에서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고 대학 교육에 대한 준비를 튼튼하게 갖추길 바랄 것이다. 대학 지원자들은 단지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빠른 진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는 수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도 대학에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AP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기에 AP 수업들을 들으면 학생들은 대학 때 수강할 수업과 유사한 수준에 노출된다. 또한 진학할 대학에 따라 방침이 다르기는 하지만, 칼리지 크레딧, 즉 대학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AP 수업을 들을 때 알아야 할 현실
AP 수업은 고등학교의 일반적인 수업보다 진도가 더 빠르고 강도가 높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AP 수업의 목적은 고등학생들이 대학에서 개론 수준의 수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AP 수업들은 레귤러 수업보다 학업 양이 많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한 해에 너무 많은 수업을 듣는 것은 벅찰 수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가능한 많은 AP 수업을 듣고 대학에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강도 높은 수업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녀가 지금까지 해온 학업 성취를 볼 때 이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지 자녀와 함께 따져봐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녀가 원하는 AP 수업들의 스케줄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부모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고등학교 저학년 때 1~2개의 AP 수업을 듣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9~10학년 때 AP 수업의 스타일과 진도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한 뒤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 많은 AP 수업을 듣는 쪽으로 차차 늘려가는 것이 낫다. 또한 스트레스가 덜 한 수업이나 과외활동을 AP 수업과 병행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
◇AP 수업을 듣는 것이 꼭 필요할까
대학 입장에서 지원자가 대학 수준의 학업에 준비가 잘 된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좋다.
대학은 입학 심사에서 지원자가 대학의 학업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당연히 점검한다. AP 수업은 이 점검을 위한 방편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AP 외에도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 대학 수준의 수업을 대신할 만한 가장 일반적인 것은 IB 수업과 듀얼 크레딧(Dual Credit) 수업이다. 고등학교에 이런 선택지가 있다면 부모는 자녀가 AP 외에 어떤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을지 자녀와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AP, IB, 듀얼 크레딧 등의 옵션이 고등학교에 없다면 아너(honor) 수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아너 수업만 듣는다면 AP, IB처럼 칼리지 크레딧을 인정받지는 못한다.
AP 수업을 듣기로 결정할 경우 고등학교 어느 시기에 듣는 것이 가장 좋을지 궁금할 것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고등학교들은 9학년 학생에게 AP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 9학년은 중학교를 마치고 처음으로 고등학교의 학업과 생활에 적응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구에 따라 9학년 때부터 소수의 AP 수업에 한해서 수강하는 것을 허용하는 학교들도 있다.
◇과욕은 금물
고등학교 성적표에 다수의 AP 수업을 들은 것이 증명된다면 대학 입시에 당연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수강한 사실만이 중요할까? 더 중요한 것은 학업 성취도, 즉 GPA다.
많은 학생들은 능력과 의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해서 AP 수업들을 듣다가 성적을 망치는 경우가 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 건강, 신체 건강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AP 수업들을 듣거나,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업을 선택할 경우 학업의 양이나 내용을 소화하지 못해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급증해서 번아웃이 오거나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자녀가 이런 상황에 있다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자녀와 마주앉아 어떤 수업이 가장 힘든지 물어보고, 수업의 숫자를 줄이거나 튜터링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AP 수업을 듣는 목적은 고등학생으로서 도전적으로 공부하면서 대학에 자신의 학업 능력을 증명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AP 수업들을 들으면서 학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학교를 다니면서 행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업을 소화해낼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재미와 열정을 느끼며 추구해온 과외활동마저 포기하게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학업의 양을 완화해야 한다.
김수현 교육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