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힘들 때 저절로 흥얼거리는 찬양
한남옥
시인·수필가·나성 영락교회 권사
익숙한 찬송가가 많지만, 가끔 어려울 때 저절로 흥얼거리는 찬송이 있다.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이란 찬양이다. 우리 부부는 1980년도에 결혼했다. 1981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으로 사회가 불안정했고 경제도 아주 어려웠다. 실업률은 상승했고 기업들의 도산도 속출했다. 젊음과 사랑을 밑천 삼아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 남편 직장에서 월급이 나오지 않자 살 길이 막막했다.
결혼 전 다니던 무역회사에서는 내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내가 결혼했던 시절에는 아기들을 맡길 놀이방이나 데이케어 시설이 없을 때였다. 친정 엄마에게 전화했다. 늘 믿음직스러워 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맏딸인데 잘 살지 못하고 엄마에게 부끄러운 손을 내밀었다. 엄마에게 얘기하다 꾹 누르고 있던 울음이 터져 올라왔다. 그때 엄마가 찬송가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부르라고 하셨다. 물질로의 고통은 괜찮다고 하시며, 건강하기만 하라고 하시면서 하나님께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다.
그 일 이후로 이 찬양은 평소에도, 특히 어려운 가운데 있을 때 자동으로 부르는 찬양이 되었다. 엄마는 어떻게 아셨을까? 이 찬양이 고난과 역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음을, 그것은 엄마의 힘들었을 삶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리라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이 찬양으로 예수님께서 우리의 모든 짐을 지고 쉬게 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셨기에 갑작스러운 딸의 울음 앞에 튀어나올 수 있는 권고의 찬양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찬송의 작사 작곡자는 에드워드 아서 호프만(Edward Arthur Hoffman) 목사님이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목사가 희망이었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관심이 많았다. 가난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고 믿었다. 그는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고 노년에는 빈민촌에서 생활하며 복음을 전했다. 1894년 뉴욕 주 레바논 빈민촌에 호프만 학교 즉,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무료 학교를 운영하며 빈민촌 어린이들의 미래를 밝혀주었다.
1894년 레바논에서 목회하던 목사님이 빈민촌 한 가정에 심방 갔는데 그 집 부인은 울면서 “목사님, 저는 이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떡하면 좋아요”라고 말하자 목사님은 부인의 안타까운 얘기를 다 들어준 뒤 위로와 기도를 해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한 말을 다 예수님 앞에 아뢰라고 해 주었다. 심방 후 그 가난한 여인에게 해준 예수님 앞에 아뢰라는 말이 맘에 남아 시를 썼고 곡을 붙여 찬송가 337장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이란 찬양이 탄생했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하나님께서 호프만 목사를 통해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내려놓으라고 하심같이, 나의 어려웠던 시절 엄마를 통해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내려놓으라고 말씀하셨다. 호프만 목사님이 만난 빈민촌 여인에게나, 사랑하는 엄마에게나, 힘들었던 나에게나 동일하신 하나님께서 위로해 주시는 말씀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예수님께 아뢰라’라고 하시는 것이다.
성경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 11:28)”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내 근심 모두 맡으시고 나 대신 짐을 져 주시며 세상을 이길 힘주신단다. 우리의 능력이 되시는 예수님이 계시니, 지금 어려움을 당한 나의 이웃이 있다면 이 찬양을 함께 부르고 싶다. 그 옛날 내가 힘을 얻었던 것처럼 그 이웃도 힘과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