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섞으면 티격태격… 가족간 갈등 커졌다
삽화 = 김도원 화백
차에서, 집에서, 수시로 언성 높아져
“게임 좀 그만해” 부모·자녀도 팽팽
팬데믹 이후 함께 있는 시간 늘어나
한인가정상담소 “관계 갈등 큰 문제”
# LA에 거주하는 70대 A씨 부부는 얼마 전 온라인을 통해 한인가정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부부싸움 때문에 속이 상한 탓이다. 이민 생활 30~40년이 되고 이제 은퇴해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었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의견 충돌은 잦아졌다. 집에서고, 차 안에서고 장소를 안 가리고 언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참고, 쌓인 게 폭발하며 격한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 역시 LA에 사는 40대 B씨 부부가 10대 자녀와 매일 싸운다며 상담을 원했다. 원격 수업으로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다 보니, 거슬리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부모 눈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매일 게임에만 빠진 것 같다. 잔소리가 늘게 되고, 한참 자기 주장이 강할 시기의 자녀들과 말다툼이 생긴다. 외부 활동이 제한된 아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은 나름대로 사회적인 교감의 일부인데, 이를 놀이로만 인식한 부모와 의견 차이가 생긴 것이다.
2년 넘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부부 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족 간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가정상담소(KFAM·소장 캐서린 염)가 19일 릴리스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이뤄진 상담 내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30%에 달하는 가족 사이에 일어난 (관계) 갈등이었다. <표 참조>
방문자 185명 중 55명이 이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 중 부부 또는 파트너 사이에 일어난 갈등이 29건(16%)으로 가장 많았다. 부부 사이 못지 않게 부모와 자녀 간의 대립도 24건(13%)이나 돼 세대 간 갈등도 제법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통계는 지난 해와 달라진 상황을 보여준다. 2021년에는 대상자 379명 중 가족간 문제로 상담을 원했던 경우는 23%였다. 올 해는 이 보다 7%가량 높아졌다. 부부 또는 파트너 간 문제가 있던 케이스는 42건(11%),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38건(10%)이었다.
심리상담 전문가인 제니퍼 오 부소장은 “이는 팬데믹으로 인한 환경적 제한으로 가족끼리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발생되는 갈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며 “겉으로는 관계 갈등으로 표현되지만 내면에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내포되어 있을 수 있으니,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제인 박 상담사는 “부부간 상담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이뤄진다. 60대 이상은 물론이고 80대까지 시니어 층에서도 많은 분들이 찾고 있다”며 “상담의 시기도 무척 중요하다. 갈등이 더 깊어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상담소의 적극적 이용을 권했다. 또 자녀와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한국에서 성장한 부모와 미국에서 큰 아이들 간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도별 상위 기록된 주요 증상은 2019년 우울증(21%), 관계 갈등(19%), 불안증(10%), 외상 후 증후군 관련 장애(4%)였고,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2020년부터는 관계 갈등(27%), 우울증(17%), 불안증(12%), 외상 후 증후군 관련 장애(5%)로 나타났다. 지난해 2021년에는 관계 갈등(23%), 불안증(10%), 우울증(9%), 트라우마(4%) 순이며, 올 상반기 1월부터 6월까지 통계는 관계 갈등(30%), 우울증(10%), 불안증(9%), 트라우마(4%) 순으로 집계됐다.
2022년 상반기 내담자 수는 185명으로 31~40세가 22%로 가장 많고, 여성이 70%, 남성이 30% 이다. 2021년 내담자는 379명으로 41~50세가 23%로 가장 높았고, 여성이 67% 남성이 32%이다. 한인가정상담소 문의는 전화 (213) 389-6755로 하면 된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