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갤런→1갤런으로’ 기름 도둑도 하이테크
픽사베이
시중 판매 리모컨으로 숫자 슬쩍
편의점 주유소 4곳 중 1곳 피해
개스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름 도둑 수준을 넘어 주유기 조작을 통해 개스를 빼내는 전문적인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베이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리모트 컨트롤러를 통해 주유기에 나오는 가격이나 주유량을 손쉽게 조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NBC 방송이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가가 급등한 3월 이후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한 ‘기름 도둑’이 최소한 22명 적발됐다. 이들은 특수 장비를 이용해 주유기 미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개스를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주유기 시장은 대체로 '웨인'사와 '길바코'사로 양분돼 있다. 이중 웨인사 제품의 경우 상당수가 원격 통제장치가 있는데, 문제는 이 장치가 적절히 규제되지 않고 심지어는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도 여럿 올라와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일부 온라인 매장에는 기종별로 각기 다른 6개 한 세트가 120유로(약 12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리모컨을 작동시키면 실제 주유한 양과 상관없이 입력된 값만 계산된다. 즉, 10갤런을 급유하고도, 1갤런만 한 것으로 주유소를 속일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주유소가 원격 통제장치에 접근하기 위한 입력값을 초기 세팅 값 그대로 놔두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 3월에는 웨인사 주유기의 원격 통제장치를 해킹해 결제 없이 연료 주입이 가능한 '점검 모드'로 바꾼 뒤 가스를 가로챈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길바코사 주유기의 경우 주유량을 표시하는 펄서를 조작하는 수법이 통용되고 있다. 펄서 속도를 늦춰 실제 주입량의 일부분만 표시하도록 해 실제 지급가격보다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전국편의점·연료소매협회(NACS)의 제프 레너드 부회장은 편의점 주유소 주인 4명 중 1명꼴로 3월부터 연료 도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앞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뒤 유가 인상으로 도난범죄가 증가하자 주유소 대다수가 선불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범인이 주유기와 결제시스템을 조작하는 법을 알아내는 결과로 이어졌고,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런 범행은 더 흔해졌다고 레너드 부회장은 전했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