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칼럼] 그럼 누가 하죠?
한남옥
시인·수필가·나성영락교회 권사
한국 사람은 대개 자식들 미래를 위해 헌신적이다.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의 어머니 얘기는 유명하다. 필체가 좋아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온 아들을 교육하기 위해 어머니는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어머니는 떡을 썰고 아들은 붓으로 글씨를 쓰는 내기를 한 후, 아들의 필체가 고르지 않은 것을 보고 부족함을 깨닫게 하고, 공부에 전념하게 하여 그시대 최고의 명필이 되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으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질을 키워주기 위해 당신은 끼니를 거르더라도 종이와 먹은 부족하지 않게 사다 주었다고 한다. 교육열 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려는 의지 또한 강하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민족은 차세대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고 목숨도 걸고 독립운동을 하고 만세운동을 펼쳤다. 3.1절을 맞아 새삼스레 독립선언서를 읽어보았다. 일제 강점기였지만 한국 사람은 정신적으로 전혀 눌려있지 않았고, 땅은 작은 나라이지만 거시적인 눈으로 세계를 보았고 전 인류가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당당하게 선포하고 있다.
독립 선언서를 읽어 내려가다가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 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 피울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전율했다. 100여 년 전 조상들의 꿈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세계적으로 한류 문화가 꽃 피우고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인 BTS 등 K팝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한국 화장품, 음식, 패션 여러 측면에서 한류문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고 있음은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려는 선조들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었다.
3.1독립선언서는 1919년 3월 1일 만세 시위에서 낭독하였고, 떳떳하고 정당하게, 질서 있게 만세 시위를 하였지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중에서 3.1절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유관순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문 속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선포하며 항거하다가 출소 이틀을 앞두고 일본 사람에게 구타에 의한 자궁 출혈과 탈장으로 감옥에서 죽어간다.
마지막에 간수가 조금만 비겁하면 될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럼 누가 하죠?” 한다. 그 말은 오랜 시간 내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있다. 그 영화를 본 이후로 나는 종종 내가 속한 공동체, 차세대를 위한 일 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일에는 “그럼 누가 하죠?”.라는 말이 생각난다.
캘리포니아에는 나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법들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에서 어린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고, 미성년자들의 동성애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부모의 동의 없이 성 전환 수술도 할 수 있으며, 부모가 반대하면 아동학대라고 부모로부터 분리 시킬 수 있는 법이 시행 중이다. 어린아이들이 성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하다 불행한 일을 당한 가정도 많다.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용기 있는 부모들과 피해를 본 자녀들 가족들과 주민들이 자녀 보호를 위한 주민발의안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내게도 너무나 귀한 손자가 있다. 우리의 손자 세대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의 손자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도 참여한다. “그럼 누가 합니까?” 하는 마음으로 나도 동참한다. 우리 차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누릴 수 있는 불씨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