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서 봉변 한인여성…"혐오범죄로 생각 안해, 우리 모두의 책임"
지난 6일 뉴욕 지하철에서 한인 가족을 위협했던 10대 소녀. /NYPD
폭언·폭행한 10대 흑인소녀 자수
뉴욕경찰은 '혐오범죄'로 수사 중
도움 여성 "사과하고 다시 안 그랬으면"
지난 6일 뉴욕 지하철에서 10대 흑인소녀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폭행을 당한 여성이 한인인 것으로 8일 밝혀졌다. 또, 한인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고 달아났던 소녀는 이날 뉴욕경찰(NYPD)에 자수, 체포됐다. 온라인매체 더메신저는 피해여성이 미국 시민권자로 51세의 은퇴한 의사인 한인 수 영씨라고 전했다.
NYPD와 피해자 인터뷰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수 영씨 부부는 11세 쌍둥이 딸과 네바다주에서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수영씨는 이날 열차 건너편 좌석에 앉은 10대 소녀 3명이 큰 소리로 웃는 것을 듣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영은 "그들을 바라보자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며 "나도 그들의 행동을 정확히 따라하며 웃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들이 태도가 바뀌어 분노가 된 건 바로 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녀들은 이후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거친 표현들이 끊이지 않자 남편 켄 영이 나서 "좀 더 괜찮은 표현을 써줄 수 있겠나"라고 자제를 당부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태도로 위협했다.
이 같은 상황은 같은 차량에 탑승한 승객 조애나 린(34)의 휴대전화에 그대로 녹화됐다. 린은 '무슨 일이 생기면 증거로 써야겠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켰다며 "이런 상황은 항상 발생하지만, 보도나 증거가 없어 뜬소문이 돼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모습을 녹화 중이라는 것을 알아챈 10대 소녀 중 한 명은 린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린 뒤 주먹을 날렸다. 이에 수 영씨가 린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자 이 소녀는 영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한편, NYPD가 이번 사건을 인종차별에 기반한 혐오범죄로 보고 수사 중인 것에 대해, 수 영씨는 '인종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한 혐오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씨는 "그들은 아주 어린 소녀들"이라며 "법 집행을 떠나 우리가 사회 및 공동체로서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특히 가해 소녀들과 흑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분노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녀가 자수했다는 소식에 조애나 린씨도 "안심이 된다"며 "나와 영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