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 인종차별 딱지... 대학이 3600만불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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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 인종차별 딱지... 대학이 3600만불 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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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절도범 검거 사건으로 인종차별 낙인을 찍혀 수년간 괴롭힘을 당한 오하이오주의 137년 역사 깁슨 베이커리 전경. /AP


깁슨 가족들이 지난 2018년 명예훼손 1심 재판에서 승소한 뒤 기뻐하는 모습. 데이비드 깁슨(맨 왼쪽)은 2019년, 엘린 깁슨(맨 오른쪽)은 2022년 초 별세했다. 깁슨 유족은 오벌린대가 항소를 거듭해 아직 배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트위터  


오하이오 135년 역사 ‘깁슨 베이커리’ 사건

백인 주인 흑인 잡았다 오벌린서 보이콧 당해

진보 진영도 “무릎 반사 리버럴리즘” 비판



오하이오주의 한 유서 깊은 동네 빵집이 흑인 절도 용의자를 붙잡은 일로 ‘인종차별’ 누명을 썼다가 6년 만에 거액의 명예훼손 배상금을 받게 됐다. 오하이오주 대법원은 지난 1일 빵집 보이콧 운동을 펼친 진보 대학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인 빵집에 365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깁슨 베이커리’는 1887년부터 대(代)를 이어 영업해온 빵집 겸 식료품점이다. 이곳에선 지난 2016년 11월 오벌린대 학생인 흑인 조너선 알라딘(당시 19세)이 가짜 신분증을 들고 와인 2병을 훔치다 백인 주인인 앨린 깁슨(당시 87세)에게 들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알라딘은 자신을 촬영하려던 깁슨의 휴대폰을 빼앗아 달아났고, 그를 뒤쫓던 깁슨의 아들 데이비드(당시 62세)는 알라딘과 다른 흑인 2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경찰이 알라딘 등 3명을 연행, 단순 절도 사건으로 처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오벌린대 학생들이 ‘이 빵집이 평소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이나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해 차별대우하는 것)을 했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규탄 시위를 벌이면서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학교 측과 총장도 가세해 이 빵집을 ‘인종차별 시설’로 낙인찍고 거래를 중단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이 빵집에 가지 말라”고 교육했다. 깁슨 베이커리는 모욕과 경영 악화를 견디다 못해 2017년 명예훼손 손배소를 냈다. 그동안 깁슨 부자(父子)는 모두 사망했고, 유가족이 소송을 이어왔다.


1833년 설립된 오벌린대는 미 대학 중 흑인 학생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 중 하나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로, 인종 정의에 대해 여론이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였다. 이 때문에 과잉 반응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진보 진영에서조차 “이성을 잃은 무릎 반사 리버럴리즘(knee-jerking liberalism)”이란 비판이 나왔다 오벌린대 일부 교수는 항의 사직하기도 했다. 당초 법원은 2019년 오벌린대의 배상을 결정했으나, 대학은 “학생들의 자발적 시위로, 학교의 관리 책임은 없다”며 항소했다.


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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