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방문에 백악관 ‘술렁’…온라인 중계 30만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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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방문에 백악관 ‘술렁’…온라인 중계 30만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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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워싱턴DC 백악관에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초청된 방탄소년단(BTS)이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빅히트뮤직 제공


취재진도 깜짝 놀라…"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할 때 같다"
아태계 차별 철폐 메시지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

5월 31일 오후 1시30분쯤 워싱턴DC 중심의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백악관과 맞닿은 이곳은 평소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이날 백악관 주변 펜스를 에워싼 이들은 ‘BTS’라고 적힌 보라색 피켓을 들거나 태극기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점이 달랐다. 글로벌 스타가 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는다는 소문에 인근 지역에 사는 팬들이 몰려든 것이다.


백악관 브리핑룸 분위기도 평소와 달랐다. 브리핑룸에 마련돼 있는 49석의 고정좌석 주변을 채운 한국, 일본, 대만 등 각국 취재진만 100명 가량이었다.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기자실에 들어서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설 때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할 때처럼 평소보다 많은 기자들이 브리핑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오후 2시43분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을 위해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를 받쳐입고 검은 넥타이를 맨 BTS 멤버들이 그 뒤를 따라 들어섰다. 기자들도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영상을 찍었고 즉석에서 본인 SNS에 BTS가 등장하는 장면을 중계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백악관 정례브리핑의 온라인 생중계 영상에도 오후 2시30분쯤 이미 평소보다 훨씬 많은 17만명의 접속자가 몰렸고, 브리핑 시작 후에는 접속자가 30만명까지 치솟았다.


BTS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와 관련해 “아시아인으로서 차별 받았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이유 없는 모욕을 견뎠고 외모에 대한 놀림을 받았다. 심지어 왜 아시아인이 영어를 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증오와 폭력을 받는 것의 고통을 말로 다 할 수도 없다”는 성명을 낸 적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BTS의 인기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 철폐 메시지를 연계하기 위해 BTS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TS 멤버들은 차례로 발언에 나섰다. BTS의 리더 RM은 영어로 “친절한 소개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BTS고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아시아인에 대한 포용성과 다양성이란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늘 백악관에 초청 받은 것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들은 한국어로 발언을 이어갔다. 백악관 브리핑룸 연단에 선 사람이 한국어를 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진은 “오늘은 AANHPI 헤리티지 먼스(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문화 유산의 달)의 마지막 날”이라며 “저희는 AANHPI 커뮤니티와 뜻을 함께하고 기념하기 위해 오늘 백악관에 왔다”고 말했다. 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 범죄로 굉장히 놀랍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요, 이런 일이 근절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BTS가 브리핑룸을 빠져나가자 취재진 절반 이상이 함께 퇴장하면서 백악관 브리핑룸 분위기는 일변했다. 이후 인플레이션 대책 관련 브리핑을 위해 연단에 오른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멋적은 듯 웃으며 “오늘 집에 가서 애들한테 내 브리핑 오프닝을 BTS가 해줬다고 얘기해야 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BTS의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백악관은 이날 중 일부 내용과 사진, 영상 등을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BTS가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는 동안 라파예트 광장 주변에는 수백 명의 BTS 팬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BTS가 면담을 마치고 잠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백악관 펜스에 기대 “BTS, BTS”를 연호했다. BTS 멤버들의 브로마이드를 손에 들고 온 팬도 있었고 BTS 상징색인 보라색 마스크, 보라색 두건 등을 쓴 팬도 있었다. ‘재스민’. ‘앰버', ‘심란'이라고 이름을 밝힌 10대 팬들은 “1시간 30분 동안 운전해서 친구 4명이 함께 백악관에 왔다”며 “BTS는 음악도 좋고 인성도 좋기 때문에 백악관이 BTS를 아시아계 증오범죄 철폐를 위한 논의에 부른 것은 정말 옳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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