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무료 식품배부소 장사진 ‘이유있었네’
LA 한인타운 윌셔가 한 교회에는 무료 식품배부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해광 기자
한인 등 미국인 4명 중 1명
“식비 너무 올라 끼니도 걸러”
타운서만 매주 수천여명 몰려
지난 11일 아침 LA 한인타운 6가의 한 비영리센터에는 200여명이 길게 늘어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 곳에서 나눠주는 무료 식료품을 받기 위해서다. 식료품 배부가 시작되려면 두 시간 이상이 남았지만 ‘혹시라도 동이 날까’ 마음이 조급해 대부분 서둘러 나온다. 이 곳에서는 매주 40여개 식품을 400~500여명에게 공짜로 제공한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시니어는 “노인 아파트 입주를 못해 한달에 렌트비로 1300달러를 내고 나면 외식은 물론 비싼 식료품 구입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생활이 빠듯하다”며 “그나마 한인타운 여려 곳에서 받는 무료 식품 덕에 생활을 지탱한다”고 전했다.
코로나 펜데믹이후 가파르게 치솟은 고 물가의 영향으로 LA일원의 무료 식품 배급소는 갈수록 북적이는 가운데 식료품 구입비를 아끼려 ‘끼니’까지 거르는 미국인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용평가 핀테크 기업 ‘인튜이트크레딧카르마’가 ‘퀄트릭스’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의 80%가 최근 몇 년간 식료품 비용이 ‘눈에 띨 정도로 치솟았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은 너무 비싼 물가로 인해 종종 식사를 거른다고 밝혔다. 또 고 물가로 인해 3분의 1은 월 수입의 60% 이상을 식비와 유틸리티, 렌트비 등 필수 지출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노동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초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이래 식료품 가격은 25%나 뛰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소비자(80%)는 식료품비가 가장 두드러지게 올랐다고 느끼고 있으며, 개솔린, 유틸리티, 렌트비, 외식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26%는 가격 때문에 ‘건강하지 않은 식품’을 구입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미국을 강타한 ‘푸드플레이션’의 찬 바람은 특히 저소득층과 시니어들 사이에서 더 거세게 불고 있다. 이로 인해 LA한인티운 일원의 무료 식품 배급소를 찾는 발길도 부쩍 늘고 있다.
현재 한인타운에서는 6가의 ‘카쉬 센터’를 비롯 윌셔가의 임마누엘처치, 6가의 퍼스트콘그리게이셔널처치, 3가의 앤더슨멍거 YMCA 등 여러 곳에서 요일 별로 식품을 나눠주고 있다. ‘카쉬센터’ 관계자는 "매 번 400~500명씩 몰려들고 있다"며 "타인종도 많지만 한인도 절반 가까이 될 정도로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인타운 일원의 무료 식품 배포소에만 매주 수 천여명이 다녀 갈 것으로 추산한다"며 “고 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