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복수국적 몰라 美 공군 입대 포기”
한인 2세 여성이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공군 입대를 포기하는 등 국적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사진은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
한인 민지 리양 케이스 헌법소원
뒤늦게 알았지만 처리기간에 발목
“국적 자동상실제 폐지로 불이익”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여성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미 공군 선발시험에 합격을 둔 앞에 뒀다가 신원조회 과정에서 이 부분이 문제되자 스스로 입대를 포기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결국 이 사연은 현행 한국 국적법이 부당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시민권자 어머니와 영주권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1997년생 엘리아나 민지 리(23) 양은 작년 10월 공군 선발시험 중 신원조회 과정에서 ‘복수국적을 가졌냐’는 질문에 ‘NO’라고 답했다. 태어난 곳이 미국이고, 한국에서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른 국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여성도 한국 국적법상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엔 해외 태생 여성은 본인이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한 한국적이 자동 상실됐지만, 2010년 개정 국적법에 따라 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됐다.
리양은 결국 국적이탈 신고를 위해 13년 전 이혼으로 헤어진 친부의 서명이 필요했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여서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국적이탈 신고 처리기간이 1년 6개월이나 걸린다는 소식에 공군 입대 전에는 절차가 완료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신원조회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복수국적자가 아니라는 허위 답변을 하게 된 리양은 불안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지난 1월 공군 입대를 포기했다.
현행 한국 국적법 조항이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의 미 공군 입대를 부당하게 좌절시켜 헌법상 보장된 국적 이탈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이번 헌법소원은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전종준 변호사가 냈다. 지난해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에 대한 국적법 조항 헌법 불합치 판결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전 변호사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적법의 국적선택 명령제는 기존 국적 자동이탈제 개선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한국 정부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파악할 제도적 방법이 없어 입법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병역 의무와 무관한 여성도 국적이탈 의무가 있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고 이를 아는 해외동포 여성도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에게까지 출생 신고를 강요하고 18개월이란 처리 기간을 요구해 부모 이혼이나 그중 한 명이 사망해 출생신고서에 서명을 못 할 경우 자녀의 국적이탈 신고를 어렵게 하고, 이탈신고를 해도 수리 시점엔 기간 경과로 국적이탈 의미가 없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병역의무와 무관하고, 기존 국적 자동상실제로 만 22세가 넘으면 한국적을 당연 상실해자신의 능력에 따라 공직과 입대 등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이 이젠 한국에 출생 신고 없인 국적이탈 방법을 없게 만들어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언급했다.
현재 미국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이민 2세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백종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