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딛고 1년만에 재회한 미중 정상…관계 안정화 논의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양국 간 정상회담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위) 확대 정상회담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P
12년 인연 강조하며 부드럽게 '대좌'
바이든 "경쟁의 충돌비화 막아야"
시진핑 "대국경쟁 시대대세 아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회담 이후 꼭 1년하고 하루 만에 다시 마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과 취임 후 두 번째 대면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은 지난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을 찾은 뒤 6년만에 미국 땅을 밟았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2개의 전쟁이 벌어지며 국제정세에 긴장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렸다. 고대 그리스·로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저택과 함께 중국의 화초들이 곳곳에 장식된 정원이 있어 서구문화 속에 녹아 있는 중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이 도착하기 직전에 회담장 앞 정문 앞에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시 주석은 차량에서 내린 뒤 바이든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나란히 회담장으로 들어섰으며 별도의 환영행사는 없었다.
다만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입장하기 직전 나란히 마주 서서 포즈를 취했고 악수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격자무늬 진회색 넥타이 차림이었고, 시 주석은 특유의 붉은 넥타이를 착용했다.
확대 회담장으로 이동한 두 정상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각각 핵심 측근들을 자신의 좌우에 대동하고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양옆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배석했고, 시 주석의 옆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자리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서로 오랫동안 알았고, 항상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유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기후변화에서부터 마약단속,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우리의 공동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동력은 여전히 부진하고 산업망과 공급망은 여전히 교란과 보호무역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인 중미 관계는 가속하는 글로벌 변혁의 넓은 맥락에서 인식되고 전망되어야 하며, 두 나라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인류의 진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한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신냉전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가열돼온 미중 전략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과, '포스트 팬데믹' 국면에서 기대 이하의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모두 미중관계를 안정화할 필요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