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병원, 예약하다 속터져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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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병원, 예약하다 속터져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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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의사 부족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인 환자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 /UCLA 병원 웹사이트 


 

전문의 2~3주이상 대기 예사

‘오버부킹’에 하염없이 기다려

아예 ‘어전트케어’ 찾는 환자도 

미국 의사 태부족 갈수록 극심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윤모씨는 최근 고질이던 피부 앨러지와 두드러기가 재발해 지난 20일 한인 피부과에 예약을 하려다가 아연실색했다.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당장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장 빠른 예약이 다음 달 13일 이후나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명절이 끼어 있다고 하지만 3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주변에 심하게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안 가고 버티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알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미국의 의사 부족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LA한인타운의 환자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 환자는 당장 ‘죽을 지경’이라고 해도 웬만큼 이름이 알려진 주치의들의 경우 신속한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고, 상대적으로 한인 의사가 더 부족한 전문의 예약은 사정이 더 안 좋아  2~3주 이상 대기는 예사다. 

 

미국에서는 ‘아파 죽는 것보다 예약이 힘들어병원에 방문하기 전 속이 터져 먼저 죽을 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LA에 거주하는 김모씨도 최근 이런 경험을 했다. 한 달 째 이어진 허리 통증으로 인해 보름만에 어렵사리 정형외과 의사를 만나, 주사 처방을 받았다. 통증이 심한 김씨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했지만 이번에는 주사를 맞으려면 재활의학과를 가야 한다며 ‘리퍼’를 해줬다. 하지만 재활의학과 예약에 또 2주를 꼬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씨는 “첫 병원 예약을 하려던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이 되어서야 치료를 받게 되는 셈”이라며 “아픈 것도 힘든데 진료 예약을 잡다가 몸과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라며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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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인병원들이 밀려 드는 환자를 소화하기 위해 기존 예약 스케줄에 환자를 끼워 놓는 ‘오버부킹’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환자는 헐레벌떡 예약 시간에 맞춰 가도 ‘하염 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인타운 한 정형외과의 리뷰에는 “3시30분에 예약을 했는데 4시30분에 간호사를 보고, 5시에야 의사를 만났다” “한 두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 너무 힘들다” 등 환자들의 불만이 넘쳐나고 있다.  

 

일반 병원 진료 예약이 힘들어지자 아예 처음부터 ‘어전트케어(Urgent Care)’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명중 한명은 '치료가 필요할 때 의사를 만날 수 없었다'고 밝혔으며 대부분 일반 의사를 찾는 것보다 어전트케어에 가는 편이 시간이 절약되고 편리하다고 답했다.  

의사 부족에 따른 예약전쟁은 한인타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전체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의학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7명에 불과하다. 독일의 4.5명, 호주4.0명 등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향후 10년 이내 미국에서 의사가 최대 12만4000명 더 필요하는 통계도 나와 있다.

향후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늘어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퇴직 의사가 많았지만  현재 일선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거의 절반이 55세 이상이고, 전체 의사의 35%가 5년 내 은퇴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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