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내세워 최재형 띄우는 野원로들


개헌 내세워 최재형 띄우는 野원로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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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野圈)의 일부 원로들이 대선 출마를 고심 중인 최재형 감사원장이 개헌을 내걸고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권의 개헌론자들이 현행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나누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 최 원장에게 손짓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이렇다 할 기반이 없는 최 원장이 대통령 임기 단축까지 포함하는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세(勢) 규합에 나설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정치권의 개헌론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최 원장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던 감사원장 사퇴와 정치 선언 시기를 다음 달 초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분권형 개헌론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3일 본지 통화에서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통령 5년 임기를 2년으로 줄여 2024년 총선과 대선을 같이 치러 이원정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최 원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내온 정 전 의장은 “최 원장도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개헌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제 등 분권형 개헌이 지론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자신의 임기를 포기하는 개헌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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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말하는 분권형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으로 불리는 현행 대통령 권한을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에게 대거 분산하는 방안이다. 다만 정치권의 개헌론자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총리가 정치적 실권을 갖는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이 외치(外治)를 맡고 총리가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이원정부제를 절충안으로 거론해왔다.

최 원장에 대한 야권 개헌론자들의 이런 기대에는 최 원장이 정치권에 이렇다 할 세력 기반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도전에 나설 경우 지지 세력 규합이 필요한 최 원장이 개헌 추진 세력의 지원을 이끌어내려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야권의 한 인사는 “야권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국회 의석수 열세 때문에 국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국회 다수파인 현 여권 주류에서도 개헌 추진 움직임이 있는 만큼 분권형 개헌은 최 원장이나 개헌론자 모두에게 윈윈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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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움직임을 두고 권력을 나눠 먹기 위한 ‘야합(野合)’이란 반발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개헌을 고리로 이상한 정치 야합이 꿈틀거리고 있다”며 “이슈 전환을 통해 실정을 덮으려는 현 정권 주류와 개헌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야권 일부가 손잡고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재명 경기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개헌에 동의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개헌 시도는 국회 다수 세력의 권력 장악 시도로 비칠 수 있다”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 원장은 최근 외부 일정을 줄이며 대선 출마 문제를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 친구인 강명훈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최 원장이 아버지의 반대도 있고 해서 대선 출마 문제를 두고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원장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은 최근 방송에서 “얼마 전 둘째(최 원장)에게 ‘정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사리판에 발도 들여놓지 말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마라’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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