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文 4년간 아파트 93% 폭등… 정부통계 17% 상승은 왜곡”


경실련 “文 4년간 아파트 93% 폭등… 정부통계 17% 상승은 왜곡”

정순우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3일 문재인 정부 4년간 서울 주요 아파트 값이 93% 급등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이 17%에 불과하다는 정부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미미했다는 왜곡된 통계를 제시하며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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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집값이 폭등했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집값 상승률이 민간 통계에 비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정부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 단체와 야당에 대해 정부는 되레 “표본 설정에 따라 통계는 다를 수 있고 민간 통계는 시장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79% vs 17%...집값 상승률 뭐가 맞나

경실련이 이날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값 93% 상승’은 KB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아파트 평균 시세를 2017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비교한 것이다. 서울 25구(區)마다 대표 아파트 단지 3곳씩, 총 75곳의 30평형대 아파트 값을 집계했다. 강남구 ‘은마’는 3.3㎡당 시세가 3828만원에서 7151만원으로 87% 올랐고, 도봉구 ‘창동동아’는 3.3㎡당 가격이 1298만원에서 3123만원으로 140% 뛰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79%(올해 1월까지만 집계)라고 했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2017년 5월 6억708만원에서 올해 1월 10억6108만원으로 75% 올라 경실련 통계와 비슷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17.1%였다. 경실련은 “실제의 3~4배나 낮은 거짓 통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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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비판의 타깃이 된 매매 가격 지수는 표본 대상 단지의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종합해 부동산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산해 만든다. 실거래가를 반영하지만 계약 금액이 신고될 때까지 시차가 있고, 매매 거래 건수가 적으면 집값 변동 폭이 작게 나타난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특정 단지에서 신고가(新高價) 계약이 나오면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전부 오르는데 정부 조사는 표본 대상인 아파트에서 거래가 없으면 이런 시장 상황이 반영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B국민은행 시세는 협력 공인 중개사들이 주변 실거래 사례와 매물의 호가(呼價) 등을 참고해 입력한 값을 토대로 작성된다. 조사 표본은 KB가 약 3만6000가구로 부동산원(약 2만8000가구)보다 많다. 일선 공인 중개사들은 “정부 공인 통계는 표본이 민간보다 적고 실거래가나 신축 아파트 시세가 신속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특정 통계 강요 말아야”

현 정부의 집값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작년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이 14% 올랐다”고 하자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국정감사 때도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 발표 통계와 시장의 괴리에 대해 “표본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격 상승률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 집값이 급등했다는 점에 대해 정부도 인지하고 공급 확대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특정 통계만을 문제 삼는 것은 비생산적 논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치권이 입맛에 맞는 특정 통계만 부각하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동산원 지표 중에도 ‘실거래가 지수'처럼 집값이 급등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통계가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나 국토부 장관이 자주 언급하는 부동산원 매매 가격 지수상으론 201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 값이 17.1%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동산원의 실거래가 지수는 66.6%, 평균 매매 가격은 57.3% 상승했다. 부동산분석학회장을 지낸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특정 통계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면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공공과 민간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통계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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