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자퇴하고 공대, 대장암까지 걸린 후 내린 선택의 결과
이연주 더비비드 기자
경제
2021.06.24 06:00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이 회사는 제 목숨과 바꾼 거예요.”
창업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김영욱(43)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의 답이다. 창업의 꿈은 늘 있었지만 결정적 의지가 없던 그에게 2019년 6월 24일 대장암 1기 진단은 인생 향방을 바꾼 순간이 됐다. 당시 그는 전자공학 박사로서 시약 개발업체 씨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지금은 ‘트로마츠’ 칫솔을 판다.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고 개발한 칫솔이다. 특수 전자기파를 내서 치아에 달라붙어 있는 치태·치석을 없애고, 잇몸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미세전류는 라디오 주파수에 해당하는 10MHz 전류인데, 칫솔질 하는 동안은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치아에 달라 붙은 이물질 제거 효과는 강력하다. 배 바닥에 붙는 따개비를 제거하는 데 응용될 정도다.
업력 3년도 안됐지만 혁신기술에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 2020년 10월 출시해 1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2020년 11월 열린 2020 울산 스타트업 페스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올해 4월엔 디캠프·프론트원·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가 공동 개최한 디데이에서 우승했다. 김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프록시헬스케어의 경쟁력을 들었다.
◇의대 그만두고 준비한 3가지 대답
1998년 울산대 의대에 입학했는데, 2000년 수능을 다시보고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그의 이력을 본 사람들이 묻는 첫 질문은 늘 똑같다.
-의대를 왜 그만두셨어요?
“공부 잘해서 의대 가긴 했는데 내 옷이 아니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기로 한 것이었는데, 모두가 편견을 갖고 보더군요. ‘의대에 적응 못했거나, 사고를 쳤거나, 오래 공부할 돈이 없거나.’ 답을 준비하고 다녔어요. ‘의대에서 3년간 96학점 들었고 학점 4.4점이었다’, ‘친구 많은 인싸였다’, ‘아버지가 사업하셔서 돈 많다’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과민반응할 필요 없었는데, 자격지심이 있었나 봐요.”
학교를 옮기고 적성을 찾자 자신감도 따라서 붙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1등으로 조기졸업한 뒤 2007년 미국 메릴랜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곧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 생겼다. “미국 가니까 뛰어난 애들이 지천에 널렸어요. 고체물리학 강의에서 제가 100점 만점에 85점을 받았어요. 평점 40점에서 85점이니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데, 글쎄 120점을 맞은 친구가 있더라고요. 자존심이 무척 상했습니다. 다음 시험에서도 저는 83점, 그 친구는 또 120점. ‘즐기는 자를 열심히 하는 자가 못 따라간다’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때 의대 관둔 걸 처음 후회했다. “이렇게 뛰어난 애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현실적인 위협을 느꼈습니다. 반면 의사는 경로 따라 가면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후퇴하기엔 너무 멀리 왔었죠. 그때부터 늘 간절함을 갖고 살았어요.”
◇박사따고 삼성전기 입사, 씨젠 이직
박사 학위를 딴 후 2014년 한국에 돌아왔다. 교단 대신 현장을 택했다. 2014년 5월 삼성전기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IC칩 핵심소재 부품을 국산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기존 부품에 쓰이던 금(金)을 일반금속으로 바꿔, 관련 비용을 일주일 기준 1억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췄어요. 이후 패키징 공정을 혁신해 팀의 연매출을 30억원에서 680억원으로 끌어올렸죠.”
좋은 시절은 얼마 못 갔다. 2016년 5월 삼성그룹에서 1000억원 이하 제품을 구조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가 있던 팀은 공중분해됐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합리적으로 일해도, 수뇌부의 결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2017년 2월 씨젠으로 이직해 같은해 12월 공적상을 받았다. 입사 6개월 만에 시약 편차를 줄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통상 3년 걸리는 분자 진단 장비는 1년 만에 개발했다. 씨젠 창립 최초로 3년 특진을 했다.
◇대장암 수술 후 논문 쓴 기술로 창업
승승장구 하던 삶에 큰 제동이 걸렸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1기였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 “꿈꿔왔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요. 두 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병실에서 창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019년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아이템은 이미 정해둔 것이 있었다. ‘미세 전류를 활용해 치석을 제거하고 잇몸 염증을 완화하는 신개념 칫솔’. 전기공학 박사인 그의 특기를 살린 제품이다. “모든 물체 표면에는 박테리아가 증식하고 있어요. 박테리아가 일정 군집을 이루면 보호막을 만드는데, 이걸 학계에선 ‘바이오필름’이라 부릅니다. 이끼, 각종 물때가 바이오필름이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이걸 특수 전자기파로 제거하는 ‘트로마츠’ 기술로 특허를 받아 갖고 있었습니다.”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나요?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서 바이오필름을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 직류와 교류 전기를 혼합해 봤어요. 혼합한 전자기파를 바이오필름에 쏘였더니 제거 효과가 증폭되더군요. 주파수를 달리해가며 실험한 끝에 10MHz에서 바이오필름 제거 효과가 가장 좋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칫솔’로 첫 선을 보인 것은 트로마츠 기술을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은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사업적으로 바로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제품을 쓰는 사람이 개선효과를 즉각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치의학에서 바이오필름이 화두인데요. 치주, 치은염, 발치 등 각종 치아 질병의 원인이 되죠.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어요.”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만나러 다녔다. 자신감이 있었는데, 날선 공격만 이어졌다. “제가 논문에 실은 특허기술로 창업을 한다는 점에서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논문과 실제는 천지차이라는 거였죠. 치과의사도 아니면서 왜 칫솔을 만드냐는 소리도 들었고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에만 집중했다. “트로마츠 기술 논문 출간하기까지 4년 넘게 걸렸어요. 리뷰어(Reviewer)들에게 거듭 리젝(Reject)을 당한 결과죠. 1저자인 제가 전자공학 전공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바이오필름은 생명공학 분야인데, 어떻게 전자공학 전공자가 1저자일 수 있냐는 얘기였어요. 그러면서 거절 당하는 데는 이골이 났습니다. 창업 과정의 어려움은 제겐 아무것도 아니었죠.”
◇아무 느낌 안 나는 전류가 치태·치석 제거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시험 데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동시에 시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2020년 1월 ‘칫솔을 새로고친다’는 뜻의 시제품 F5 칫솔이 탄생했다. “3D 프린터로 50개 만들어서 다짜고짜 치과를 찾아갔어요. 치과의사 분들에게 귀싸대기 맞겠다는 각오였죠. 문전박대받기 일쑤였습니다.”
일반인 대상 시제품 사용 후기에는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디자인이 안좋다, 버튼이 왜 이러냐, 칫솔모가 크다는 등 혹평이었어요. 그런데 전 기뻤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지적일 뿐, 칫솔 효능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거죠. 이후 치주 환자, 교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78% 이상이 기존 칫솔보다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9개월 동안 각종 임상시험을 하며 8000명의 사용후기 데이터를 모았다. “울산대학병원 임상 결과에서 잇몸 염증이 53%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후 확신을 얻고 정식 제품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선박 따개비 제거 등 산업적 활용 가능
2020년 9월 24일 트로마츠 칫솔을 출시했다. 칫솔모에는 2개의 전극판이 있다. 초당 1000만 회 전자기파가 나와 치태 등을 제거한다. 하지만 찌릿함이나 떨림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버튼을 누를 때 들어오는 불로 미세전류가 나오고 있구나 짐작만 할 뿐이지, 진동은 없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칫솔질을 하면 됩니다. 힘들이지 않고 치태·치석을 없앨 수 있죠.”
국내·외에서 50건 이상의 트로마츠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FDA(미국식품의약국),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CE(유럽공동체마크) 등에서 각종 인증을 받았다. “공신력 있는 곳에서 여러 인증을 받는 게 좋습니다. 계속 믿을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거라서요.”
트로마츠 기술은 사람 몸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박에 붙는 따개비도 바이오필름이에요. 따개비가 붙으면 배가 이동할 때 마찰저항이 커져 배의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화학약품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인체에 해로워 그 약품은 사용이 금지됐어요. 생산기술연구원에 의뢰한 선박 실험에서, 5mm 떨어져 저희 전자기파를 쪼였더니 1시간 만에 86% 떨어져 나간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이오필름이 생기는 모든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올해 안에 비염 치료, 피부 클렌징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공조 장치에 물 때가 많이 끼는데 이게 전력소모를 많이 일으켜요. 트로마츠 기술로 이것도 해결할 수 있고요. 물때가 많이 생기는 에어컨 필터 등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갈 지(之) 자 삶이 사업의 경쟁력
2024년 매출액 250억원, 미국 나스닥 상장이 목표다. “허무맹랑해 보시이죠? 제가 연구하거나 직장인 시절 프로젝트 맡을 때마다 하나같이 다 안된다고 했어요. 모두 결과로 입증했어요. 실행력 하난 자신 있어요.”
이력만 보면 갈 지(之) 자의 삶을 살았다. “의대 3년, 서울대 3년, 유학 6년, 삼성전기 3년, 씨젠 2년. 모두 10년 이하의 커리어들이에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제 삶은 이상하죠. 돌아보면 여기 오기까지 필요했던 경험이에요. 모두가 각자의 궤적이 있습니다. 내 기준과 판단은 내게만 맞아요. 남들 하는 말에 끌려 다니지 마세요.”
“이 회사는 제 목숨과 바꾼 거예요.”
창업 계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김영욱(43) 프록시헬스케어 대표의 답이다. 창업의 꿈은 늘 있었지만 결정적 의지가 없던 그에게 2019년 6월 24일 대장암 1기 진단은 인생 향방을 바꾼 순간이 됐다. 당시 그는 전자공학 박사로서 시약 개발업체 씨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지금은 ‘트로마츠’ 칫솔을 판다.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고 개발한 칫솔이다. 특수 전자기파를 내서 치아에 달라붙어 있는 치태·치석을 없애고, 잇몸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미세전류는 라디오 주파수에 해당하는 10MHz 전류인데, 칫솔질 하는 동안은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치아에 달라 붙은 이물질 제거 효과는 강력하다. 배 바닥에 붙는 따개비를 제거하는 데 응용될 정도다.
업력 3년도 안됐지만 혁신기술에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 2020년 10월 출시해 1만개 판매를 넘어섰다. 2020년 11월 열린 2020 울산 스타트업 페스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올해 4월엔 디캠프·프론트원·특허청·한국발명진흥회가 공동 개최한 디데이에서 우승했다. 김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프록시헬스케어의 경쟁력을 들었다.
◇의대 그만두고 준비한 3가지 대답
1998년 울산대 의대에 입학했는데, 2000년 수능을 다시보고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입학했다. 그의 이력을 본 사람들이 묻는 첫 질문은 늘 똑같다.
-의대를 왜 그만두셨어요?
“공부 잘해서 의대 가긴 했는데 내 옷이 아니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찾기로 한 것이었는데, 모두가 편견을 갖고 보더군요. ‘의대에 적응 못했거나, 사고를 쳤거나, 오래 공부할 돈이 없거나.’ 답을 준비하고 다녔어요. ‘의대에서 3년간 96학점 들었고 학점 4.4점이었다’, ‘친구 많은 인싸였다’, ‘아버지가 사업하셔서 돈 많다’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과민반응할 필요 없었는데, 자격지심이 있었나 봐요.”
학교를 옮기고 적성을 찾자 자신감도 따라서 붙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1등으로 조기졸업한 뒤 2007년 미국 메릴랜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런데 곧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 생겼다. “미국 가니까 뛰어난 애들이 지천에 널렸어요. 고체물리학 강의에서 제가 100점 만점에 85점을 받았어요. 평점 40점에서 85점이니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데, 글쎄 120점을 맞은 친구가 있더라고요. 자존심이 무척 상했습니다. 다음 시험에서도 저는 83점, 그 친구는 또 120점. ‘즐기는 자를 열심히 하는 자가 못 따라간다’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때 의대 관둔 걸 처음 후회했다. “이렇게 뛰어난 애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현실적인 위협을 느꼈습니다. 반면 의사는 경로 따라 가면 안정적이에요. 하지만 후퇴하기엔 너무 멀리 왔었죠. 그때부터 늘 간절함을 갖고 살았어요.”
◇박사따고 삼성전기 입사, 씨젠 이직
박사 학위를 딴 후 2014년 한국에 돌아왔다. 교단 대신 현장을 택했다. 2014년 5월 삼성전기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일본에서 수입하는 IC칩 핵심소재 부품을 국산화하는 업무를 맡았다. “기존 부품에 쓰이던 금(金)을 일반금속으로 바꿔, 관련 비용을 일주일 기준 1억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췄어요. 이후 패키징 공정을 혁신해 팀의 연매출을 30억원에서 680억원으로 끌어올렸죠.”
좋은 시절은 얼마 못 갔다. 2016년 5월 삼성그룹에서 1000억원 이하 제품을 구조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가 있던 팀은 공중분해됐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합리적으로 일해도, 수뇌부의 결정 앞에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2017년 2월 씨젠으로 이직해 같은해 12월 공적상을 받았다. 입사 6개월 만에 시약 편차를 줄이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통상 3년 걸리는 분자 진단 장비는 1년 만에 개발했다. 씨젠 창립 최초로 3년 특진을 했다.
◇대장암 수술 후 논문 쓴 기술로 창업
승승장구 하던 삶에 큰 제동이 걸렸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1기였다.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 “꿈꿔왔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어요. 두 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병실에서 창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2019년 9월 법인을 설립했다. 아이템은 이미 정해둔 것이 있었다. ‘미세 전류를 활용해 치석을 제거하고 잇몸 염증을 완화하는 신개념 칫솔’. 전기공학 박사인 그의 특기를 살린 제품이다. “모든 물체 표면에는 박테리아가 증식하고 있어요. 박테리아가 일정 군집을 이루면 보호막을 만드는데, 이걸 학계에선 ‘바이오필름’이라 부릅니다. 이끼, 각종 물때가 바이오필름이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이걸 특수 전자기파로 제거하는 ‘트로마츠’ 기술로 특허를 받아 갖고 있었습니다.”
-기술은 어떻게 개발했나요?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서 바이오필름을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 직류와 교류 전기를 혼합해 봤어요. 혼합한 전자기파를 바이오필름에 쏘였더니 제거 효과가 증폭되더군요. 주파수를 달리해가며 실험한 끝에 10MHz에서 바이오필름 제거 효과가 가장 좋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칫솔’로 첫 선을 보인 것은 트로마츠 기술을 소비자가 쉽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은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사업적으로 바로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하죠. 그러려면 제품을 쓰는 사람이 개선효과를 즉각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치의학에서 바이오필름이 화두인데요. 치주, 치은염, 발치 등 각종 치아 질병의 원인이 되죠.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어요.”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를 만나러 다녔다. 자신감이 있었는데, 날선 공격만 이어졌다. “제가 논문에 실은 특허기술로 창업을 한다는 점에서 공격을 많이 받았어요. 논문과 실제는 천지차이라는 거였죠. 치과의사도 아니면서 왜 칫솔을 만드냐는 소리도 들었고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에만 집중했다. “트로마츠 기술 논문 출간하기까지 4년 넘게 걸렸어요. 리뷰어(Reviewer)들에게 거듭 리젝(Reject)을 당한 결과죠. 1저자인 제가 전자공학 전공이라는 이유였습니다. 바이오필름은 생명공학 분야인데, 어떻게 전자공학 전공자가 1저자일 수 있냐는 얘기였어요. 그러면서 거절 당하는 데는 이골이 났습니다. 창업 과정의 어려움은 제겐 아무것도 아니었죠.”
◇아무 느낌 안 나는 전류가 치태·치석 제거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시험 데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동시에 시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2020년 1월 ‘칫솔을 새로고친다’는 뜻의 시제품 F5 칫솔이 탄생했다. “3D 프린터로 50개 만들어서 다짜고짜 치과를 찾아갔어요. 치과의사 분들에게 귀싸대기 맞겠다는 각오였죠. 문전박대받기 일쑤였습니다.”
일반인 대상 시제품 사용 후기에는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디자인이 안좋다, 버튼이 왜 이러냐, 칫솔모가 크다는 등 혹평이었어요. 그런데 전 기뻤습니다. 완성도에 대한 지적일 뿐, 칫솔 효능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거죠. 이후 치주 환자, 교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78% 이상이 기존 칫솔보다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9개월 동안 각종 임상시험을 하며 8000명의 사용후기 데이터를 모았다. “울산대학병원 임상 결과에서 잇몸 염증이 53%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후 확신을 얻고 정식 제품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선박 따개비 제거 등 산업적 활용 가능
2020년 9월 24일 트로마츠 칫솔을 출시했다. 칫솔모에는 2개의 전극판이 있다. 초당 1000만 회 전자기파가 나와 치태 등을 제거한다. 하지만 찌릿함이나 떨림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버튼을 누를 때 들어오는 불로 미세전류가 나오고 있구나 짐작만 할 뿐이지, 진동은 없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칫솔질을 하면 됩니다. 힘들이지 않고 치태·치석을 없앨 수 있죠.”
국내·외에서 50건 이상의 트로마츠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 FDA(미국식품의약국), FCC(미국연방통신위원회), CE(유럽공동체마크) 등에서 각종 인증을 받았다. “공신력 있는 곳에서 여러 인증을 받는 게 좋습니다. 계속 믿을만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거라서요.”
트로마츠 기술은 사람 몸에 해로운 화학약품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선박에 붙는 따개비도 바이오필름이에요. 따개비가 붙으면 배가 이동할 때 마찰저항이 커져 배의 속도를 떨어뜨립니다. 화학약품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이 있긴 한데 인체에 해로워 그 약품은 사용이 금지됐어요. 생산기술연구원에 의뢰한 선박 실험에서, 5mm 떨어져 저희 전자기파를 쪼였더니 1시간 만에 86% 떨어져 나간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이오필름이 생기는 모든 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올해 안에 비염 치료, 피부 클렌징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공조 장치에 물 때가 많이 끼는데 이게 전력소모를 많이 일으켜요. 트로마츠 기술로 이것도 해결할 수 있고요. 물때가 많이 생기는 에어컨 필터 등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갈 지(之) 자 삶이 사업의 경쟁력
2024년 매출액 250억원, 미국 나스닥 상장이 목표다. “허무맹랑해 보시이죠? 제가 연구하거나 직장인 시절 프로젝트 맡을 때마다 하나같이 다 안된다고 했어요. 모두 결과로 입증했어요. 실행력 하난 자신 있어요.”
이력만 보면 갈 지(之) 자의 삶을 살았다. “의대 3년, 서울대 3년, 유학 6년, 삼성전기 3년, 씨젠 2년. 모두 10년 이하의 커리어들이에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제 삶은 이상하죠. 돌아보면 여기 오기까지 필요했던 경험이에요. 모두가 각자의 궤적이 있습니다. 내 기준과 판단은 내게만 맞아요. 남들 하는 말에 끌려 다니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