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7% 오른 아파트 한곳이라도 찍어봐라”
이세영 기자
사회
2021.06.24 03:00
“누구나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체감하지만, 정확하게 얼마 오른지 모른다. 국가가 얼마가 올랐는지, 왜 올랐는지 알려주고 대책을 내야 하는데 진단 자체가 엉터리다. 국민을 속이고 있다.”
김헌동(66)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집값을 취임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말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그때부터 집값이 더 급격히 올랐다”며 “부동산 시장에 오진(誤診)을 하니, 절대로 집값이 잡히지 않을 부동산 대책이 25번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발표하는 집값 통계에 대해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평균 17%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실제 17%만큼 오른 아파트를 한 곳이라도 찍어보라”고 했다. 이어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 정부가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대폭 인상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 말대로면 대통령 취임 전 6억원짜리 아파트가 17% 올라 7억원이 됐단 얘기인데, 공시가격은 같은 기간 80%나 올랐다”며 “아파트값이 1억원이 올랐으면 공시가격도 1억원만 올려야지, 시세보다 공시가격을 더 올렸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단기간 치솟은 ‘집값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 대출을 활용해 내 집 장만에 나선 실수요자의 피해는 물론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경제 관료에게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일을 맡겨 놨고, 정부가 집값을 계속 띄우는 정책을 내놓다 보니 쉽게 거품이 빠지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 때 대통령을 잘 뽑아서 버블이 일시에 터지지 않고 주택 가격을 안정적으로 되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주택 정책에 대해선 “마이너스 2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엔 20점,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엔 60점을 줬다. 김 본부장은 “국민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데 어떻게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