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베푸는 어르신 vs. 나만 챙기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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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베푸는 어르신 vs. 나만 챙기는 노인

웹마스터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몇 달 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소천하신 한 환자분은 필자에게 잊지 못 할 기억을 남겨주셨다. 그 환자분은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늘 감사함과 미소를 잃지 않으셨다. 마지막 방문까지 “닥터 임 만나서 참 고마웠어”라는 말씀을 하시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던 중 그분 아들을 통해 소천하셨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많은 암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분들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지만 이렇게까지 환자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 경우는 드물다. 과연 그분 미소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환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마음을 잘 사용할 줄 알 때에 그런 미소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쉽게 말해, 마음 넓은 어르신이 되는가, 아니면 본인만 챙기는 노인이 되는가의 문제다.  


위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심리학 이론으로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를 손꼽을 수 있다. 미국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 1902-1994)은 인간의 성격이 평생을 통해 발달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흔히 육아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지만 유일하게 장년, 노년기까지 성격의 성장을 설명해 주는 이론으로 손꼽힌다.  


에릭슨은 각 연령대에 겪는 갈등을 발표하였는데, 예를 들어 청소년이 머리 염색을 시도해 보며 청소년이 ‘정체감 vs 역할혼미’ 갈등을 겪고, 성인이 되어 ‘친밀감 vs 고립감’과 ‘생산성 vs 침체감’을 겪으며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벌며 사는 갈등을 관찰했다. 55세 이상 성인에게는 ‘자아통함 vs 절망감’이라는 갈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 당시, 시그먼드 프로이드를 비롯해 많은 심리학자는 인간의 정서적 발달은 소아기 때 대부분 이루어진다고 주장하고, 노년기는 쇠퇴기이고 부정적이며 정적인 시기라고 보았다. 


반면, 에릭슨은 장년기까지 내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해야 할 시기라고 보았다.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 보며 그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면서 대두한다. 인생을 살며 다양한 후회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수용하고,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감’, 즉 자신이 과거로부터의 일관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혐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할 경우 이는 절망감이라는 부정적 특성을 야기한다고 보았다. 이 갈등으로 인해 시니어는 ‘지혜’라는 덕목을 얻게 되거나 ‘경멸’이라는 병리적 성격을 지니게 될 수 있다. 



췌장암 아버님은 췌장암 진단 전에도 늘 삶에 감사하셨고, 자식도 잘 키웠다고 하시며 일관성 있는 분이였던 것이 기억난다. 참 지혜로운 분이였으며 그의 영향이 앞으로 진료하는데 크게 자리잡을 것이 확실하다. 문의 (213) 38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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