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쇼핑 호황 속 ‘K자형 경제’ 드러나

연중 최대 쇼핑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28일) 날 많은 소비자들이 뉴올리언스에 있는 쇼핑몰을 찾았다. /AP
블프·사이버먼데이 판매 호조
부유층은 '열고', 저소득층은 '닫고'
월마트는 호황, 타겟은 고전
연방정부의 관세 정책과 기업들의 채용 감소, 소비자 심리 악화로 올해 소비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소비자들은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을 맞아 구매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안에는 숨겨진 게 있다. 부유층은 쓰고, 저소득층은 절약하는 이른바 'K자형 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어 1일 사이버 먼데이까지 소비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둔화 우려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전년 대비 9.1% 증가한 118억달러를 지출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 사이버 먼데이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142억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시장조사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작년 사이버 먼데이 지출액보다 6.3%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발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Beige Book)’에 따르면 저소득·중산층 소비는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은 럭셔리 상품과 여행을 포함한 소비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 전문가 클라우디아 롬바나는 “올 연말 쇼핑시즌 평균 판매가는 상승했다. 고소득층은 원하는 대로 소비하지만 저소득층은 철저히 예산을 짜서 지출한다”고 말했다. 이는 소득 계층에 따라 경제상황이 양극화되는 K자형 경제 현상의 일환이다.
자산가치 상승과 주식시장 호황의 수혜를 보는 고소득층은 여유 있게 소비하지만 저소득층은 급여에서 급여로 이어지는 생활을 하며 할인 상품을 찾거나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현재 경제의 모습은 명백한 양극화다. 주식과 주택을 보유했다면 K자형 경제의 상단에 속하는 것이고, 올해도 충분히 소비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은 계층은 연말 지갑을 더 조일 것”이라며 선물 구매뿐 아니라 생필품 구입에서도 절약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증가하고, 식료품 가격도 오르는 가운데 임대료는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에 더욱 신중해지고, 더 큰 가성비를 제공하는 소매업체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일자리 증가세가 느려졌으며,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푸드스탬프(SNAP) 지급이 중단되면서 저소득층의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월마트, TJ맥스, 갭 등은 4분기에 강한 매출을 기록하며 수혜를 보고 있다. 월마트는 모든 소득층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타겟과 배스 앤 바디웍스 등은 고전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을 위한 ‘셀프 선물’ 소비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소비는 여전히 증가할 전망이다. 전미소매연맹(NRF)은 11~12월 소매매출이 지난해보다 3.7%~4.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증가율이다. 올해 연말 소비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9760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의류 소비는 온라인 6.1%, 매장 5.4% 각각 증가했다. 마스터카드는 “소비자들이 옷장을 새로 채우면서도 가성비와 편의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올해 추수감사절 온라인에서 64억달러를 지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수준이다.
구성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