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해진 한인타운…주민들 "해만 지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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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해진 한인타운…주민들 "해만 지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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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에 들어있는 구리선 절도가 기승을 부리면서 LA 곳곳의 가로등들이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다. 한인타운의 대표적 거리인 6가도 오후 6시만 넘으면 캄캄해져 보행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해광기자 

 


 

구리선 절도 급증, 가로등 곳곳 고장 

작년 1245건 신고, 1년새 2배로 껑충 

범죄 걱정되지만 수리에만 6개월 '한숨'   

LA시 전체도 1월 5200건 ‘10년래 최대’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김모씨 집 앞의 가로등은 지난 샌타애나 강풍 때 옆의 야자수가 부러지며 두 동강이 났다. 가로등 잔해는 몇 일 후 당국에서 수거해갔지만, 밑 부분만 남은 가로등은 아직 흉물처럼 남아있다. 김씨는 "시 당국이 잘려진 가로등만 가져간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가로등이 없어지면서 해만 지면 집 앞이 캄캄 절벽으로 변해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며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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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을 비롯한 LA 거리들이 갈수록 어두워지면서 한인 등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장 난 가로등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로등 고장의 최대 원인은 가로등에 들어 있는 구리선 절도로 파악됐다. 

  

통계분석 사이트 ‘크로스타운 LA’에 따르면 지난 1월 LA시에 접수된 가로등 고장 건수는 5225건에 달해 전년비 39%가 치솟은 것은 물론 지난 10년래 월 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 접수된 가로등 고장 신고도 총 4만5927건으로 2016년 이래 최대치를 나타났다. 가로등 고장 신고는 2016년 1만5588건, 2017년1만7467건, 2019년2만70건 등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2021년 2만2660건에서 2022년 3만5189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 4만5000건을 돌파하면서 8년새 3배나 뛰었다.  


한인타운도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고장 민원은 총 1245건으로 다운타운(2206건), 보일하이츠(1970건), 웨스트레이크(1854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2023년의 550여건과 비교하면 1년새 2배 이상이나 치솟은 셈이다. 


가뜩이나 범죄가 빈발하고 있는 한인타운의 주민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김모씨는 “지난 몇 년 사이 한인타운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고 있다”며  “퇴근 후 강아지를 데리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데 가로등이 없는 거리를 지날 때는 두려움을 느껴 빨리 벗어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인타운에 이어서 파노라마시티(1166건), 할리우드(1111건), 노스힐스(1090건), 파코이마(1058건),아레타(925건), 선밸리(873건) 순으로 가로등 고장 신고가 많았다. 


가로등에 있는 구리선 절도를 노리는 범죄가 급증하는 데는 천정부지의 구리 가격도 이유가 되고 있다. 구리 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는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구리의 가격은 파운드 당 4.60달러 이상이다. ‘크로스타운’은 구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절도범들이 빠른 속도로 LA가로등의 구리선을 뜯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리선 절도로 작동을 하지 않는 가로등은 하루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복구되기까지는 하세월이다. LA시 가로등 관리국은 웹사이트를 통해 “절도가 급증하면서 수리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과정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수리 대기 기간이 180일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 


실제 LA주민 민원접수 사이트 ‘마이LA311’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약 4만6000건의 가로등 고장 신고 중 약 43%가 여전히 ‘진행중’으로 분류됐다.  

이해광 기자 la@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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