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혜택도 필요없어요" … 합법 이민자들도 '불안불안'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한 불체자를 체포하고 있다. /NBC 뉴스
트럼프 무차별 불체자 단속에
아시아계 합법이민자들 '벌벌'
식료품 배급, 병원 예약도 기피
LA카운티 불체자 16% 아시아계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국에서 무차별적인 불법체류 이민자(이하 불체자) 단속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인을 비롯한 LA카운티 아시아계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감도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정책연구소(MPI)에 따르면 LA카운티에서 불법체류 중인 주민의 약 79%(75만4000명)는 멕시코와 중미출신이며 아시아계 불체자는 두 번째로 규모가 큰 16%(15만1000명)를 점하고 있다.
전국의 불체자는 약 1370만명으로 추정되며, LA카운티(95만1000명), 오렌지카운티(23만6000명), 리버사이드카운티(13만2000명), 샌버나디노 카운티(12만7000명) 등 남가주 5개 카운티에 거주하는 불체자만 약 144만6000명에 이른다. 전국의 불체자 9명 중 1명 꼴로 남가주에 거주하는 셈이다.
LA타임스(LAT)는 15일 트럼프 2기 정부의 강경한 불법이민 정책이 불체자들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신분을 보유한 이민자들까지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시아계 이민자 중 상당수가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비자가 만료되거나 불법체류 상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LA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불체자 단속과 추방 위협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부는 공공장소나 직장에서의 단속을 두려워해 일상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커뮤니티 리더들은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교육을 통해 이민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불법적인 단속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고 있지만, 이런 교육에도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매뉴얼 파스토 USC평등연구소 소장은 “남가주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의 이민단속으로 수백만명이 추방된다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남가주 불체자 중 상당수는 지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 구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약 70%는 24세~56세 주요 노동연령대에 속하며, 많은 경우 두 개 이상의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남가주에서 불체자들이 주로 속한 노동 분야는 건설, 호텔, 식당 등이다. 최근 LA 산불로 인해 1만2000개의 건물이 파괴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건설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연방정부의 불체자 단속 강화가 건설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저임금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종종 취업비자나 관광비자에서 시작해 신분을 얻거나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크다. 특히, LA카운티 이민자들은 의료서비스나 공공서비스 혜택을 기피하는 등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카니 정 조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AJ) 남가주 지부 대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영주권 취득이나 비자 연장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공적부양자(Public Charge)로 분류되는 것이 두려워 의료 진료 예약을 취소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예전에는 수백명의 이민자들이 참여하던 음식 배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행사에 이제는 50명만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미정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