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인류에게 바다길을 열어 준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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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인류에게 바다길을 열어 준 ‘나침반’

웹마스터

이보영

한진해운 전 미주지역본부장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Compass of Freedom)’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역설했다. 매스컴을 통해 ‘바다길을 열던 나침반’이 ‘자유를 찾는 나침반’으로 온 세계 시민들에게 각인되었다.


나침반(羅針盤)은 항해하는 선박이나, 비행하는 항공기에게 방향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구이다. 나침반이 없던 시대의 항해사들은 태양과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특징적인 구조물을 인식해 둠으로써 현재 자기의 위치와 목적지의 방향을 결정했다.


나침반은 인류에게 미지의 세계, 먼 바다로 나가는 용기를 북돋았고, 길을 열어 주었다. 콜럼버스나 마젤란에 의한 신대륙 발견, 세계일주 탐험 등, 나침반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항해로…, 인류 역사를 바꾸어 놓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나침반이 없던 고대에 바이킹은 어떻게 약탈지를 찾아 원거리 항해를 정확하게 할 수 있었을까?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바이킹족(Viking)’은 8~11세기 동안 북유럽의 약탈자로 해상무대의 주역이었다. 당시 침탈을 당한 유럽인들은 북유럽의 기후가 대부분 흐린 날씨 임에도 바이킹족은 먼바다를 빠르게 성공적으로 왕래하는 그들의 항해술에 대해 오랜기간 의문을 품고 있었다.


바이킹의 전사들은 방향을 알수있는 ‘신비의 돌’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이 돌을 ‘태양석’이라 불렀다.

작은 돌, 바로 ‘수정(水晶: Crystal)’이었다. 훗날,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6면체의 수정은 태양이 안개나 구름 속에 가려져 있어도 태양 광선의 편광을 반사하는 특성을 가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꿀벌들은 흐린 날씨에도 태양의 편광을 나침반 삼아 방향을 잡아 비행한다. 요즘 꿀벌의 개체수가 크게

감소했다. 대기오염 물질이 편광을 흐트려서 꿀벌들이 집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황사가 덮치면 꿀벌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평상시보다 70% 이상 더 걸린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나침반을 언제, 누가 발명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중국 후한(後漢)시대(AD 90년경)의 사상가

왕충(王充)이 쓴 책, 논형(論衡)에 “국자를 물 위에 띄워 놓으면 남쪽을 가리키며 멈춰 선다” 는 기록이 있다.


11세기경, 중국 송(宋)나라의 심괄(沈括)이 쓴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바늘을 물위에 띄우면 남북을 가리켜 방향을 알았다”는 내용도 있어서 ‘나침반은 11세기 전 중국에서 발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의 나침반 기술이 아랍으로 건너갔고, 아랍에서 다시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중국은 나침반을 술사(術士)들이 주로 점(占)을 치거나, 풍수지리적 목적에 사용했다. 새 도읍지를 정하거나 군왕의 무덤 자리를 찾는데 사용했다.


반면 유럽에선 나침반을 배의 눈(Eye)으로 사용하면서 먼바다로 항해를 시도했다. 나침반 덕분에 유럽의 강국들은 해상무역을 왕성하게 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 교역 요충지를 탐사하고 식민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나침반을 누가 먼저 발명했느냐’ 보다 ‘어떤 목적에 사용했는가’에 따라서 엄청난 결과가 빚어졌다.

방향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상징물, 나침반은 오랜 세월 인류역사에 크게 공헌해 왔지만, 오늘날 우리는

나침반과 지도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들 주머니 속엔 GPS수신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이 있고, 운전하는 자동차엔 네비게이션 스크린에 실시간 주행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낯선 길을 가다가 햇갈리면 주유소에 들려서 길과 방향을 물어보고, 지도를 구입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세상의 변화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최소 24개 이상의 위성으로 이루어진 ‘위성항법시스템’이다. GPS는 전 세계 모든 지역의 모든 기후조건에서 매일 24시간 동안 작동하며 위성에서 발사되는 신호를 단말기를 통해 받게 된다. 미국 국방부(US DOD)는 원래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았지만, 1980년 대부터 민간에게도 GPS를 개방하고 있다.


GPS는 선박의 해도(海圖: Nautical Chart)를 대신하고, 항공기에 항법사의 탑승을 대신하게 되었다. 현대인은 GPS와 첨단 전자장비 덕분에 ‘모르는 길’도 마치 잘 ‘아는 길’처럼 익숙하게 다닌다. 이젠 낯선 세상이 전혀 낯설지 않다. 지구촌엔 더 이상 숨겨진 곳이 없으니 새로움과 탐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빠르고 좋은 교통수단이 발달하더라도 방향을 모르면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없다. 방향이 한번 삐끗하면 편차는 점점 더 커지고, 되돌아 오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들 인생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인생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한 번쯤 나의 나침반(My Compass)을 재검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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