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치매예방의 필수 - 질문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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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치매예방의 필수 - 질문의 기술

웹마스터

임영빈 

연세메디컬클리닉

노년내과 전문의 


“영희 엄마, 이 영양제가 최신상이라는데 그렇게 관절에 좋대~.”

“정말? 그럼 나도 한 번 먹어볼까. 어디서 사?”


사실 많은 한인들은 이런 식의 대화가 익숙할 것이다. 첫 번째 문장을 잘 살펴보면 주어가 빠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신기하게도 한국어는 주어가 없어도 문장이 만들어진다. 화자는 최신상 영양제가 좋다는 말을 ‘누가’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만약 같은 이야기를 영어로 했다면, 미국인들은 “누가 좋다고 했는데?”, “당신이 복용해 봤어?” 같은 추가적인 질문을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적 마인드이다. 하지만 한인들은 이와 같은 대화에서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다.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내가 이해한 수준에서 대답을 내놓는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죽은 지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는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하나로 지목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유일하게 아는 것 한 가지는 내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배움과 질문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배우고 싶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 무엇을 공부할 때도 수동적으로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얻은 답변은 더욱 오래 기억된다. 이제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은 뒤,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미국에서 유명 레스토랑에 방문했다고 하자. 테이블에 앉은 얼마 뒤 웨이터가 와서 “주문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대부분의 한인들은 잠시 시간을 더 달라고 한 뒤 스마트폰에서 이 레스토랑에서 많이 팔린 음식들이 무엇인지 검색한 뒤 메뉴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질문하는 데 익숙한 사람은 다르다. 웨이터의 같은 질문에 바로,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혹은 “추천해 주실 만한 메뉴가 있을까요?” 하며 되묻는다. 그렇다면 웨이터는 몇 가지 메뉴를 소개할 것이고 그때 이 사람은 그중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에 맞춰 추가 질문을 하면서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을 하며 최종 메뉴를 선택할 것이다. 


질문은 테니스 게임과 같다. 내가 공을 한 번 치면 상대방이 다시 받아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가운데 지식이 생기고, 감정이 공유되며, 경험이 쌓여 생각이 정리된다. 이렇게 감정과 경험이 혼합된 지식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질문의 기술을 갖춘 사람은 스마트폰 속 세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지금 이 시대엔 어른이나 아이는 물론, 시니어들도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 물론 이를 통해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상들은 그 특성상 질문을 던지기 어려운 구조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게만 만든다. 우리는 그저 제작자가 연출해 놓은 세상과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잘할 수 있을까? 엄청난 비결이 있는 건 아니다. 일단은 질문 횟수를 늘려가라. 반복해서 질문하다 보면 질문 실력도 는다. 처음엔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대답해 준다면 다시 생각해서 질문하고 상대방의 답변을 귀 기울여 듣고선 또다시 질문하면 된다. 배우는 즐거움에 빠지는 것, 이것이 치매예방의 첫걸음이다. 문의 (231) 381-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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