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칼럼] 행복을 노래하는 무궁화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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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칼럼] 행복을 노래하는 무궁화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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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림 권사

월드쉐어USA 후원이사    

   

거의 반세기를 중서부 위스컨신주 밀워키(Milwaukee, Wis.)에서 살았다. 유학와서 살다 정착한 곳이다. 밀워키는 나의 청춘을 불태우고 미국에서 내 삶의 터전을 마련한 제2의 고향이다. 하지만 한인들이 고작 2천여 명 거주하는 이곳에서 한국문화를 즐기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은퇴 후 남가주로 왔다. 형제들이 30여 년 전부터 살고 있었고, 외아들이 대학시절부터 정착해 살고 있었다. 남가주로 이주하며 꿈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후반전을 아름답게 보내고 싶었다.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남은 삶을 근사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사실 몸과 맘이 예전 같지 않다. 이제 제한된 에너지와 건강을 활용해서 힘차게 살고 싶었다. 남아 있는 시간을 활용해서 하나님 앞에 가치있고 자손들에게 떳떳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이주할 때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회다. 친구의 소개로 찾은 교회에서 잘 정착하고 있다. 새로운 교회에서 열심히 적응하던 시절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 교회에서 매주 월, 금요일에 연습하는 “무궁화 합창단”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난 내심 매우 반가웠다. 

   

어느 날, 별생각 없이 합창단이 연습한다는 성가대실로 가보았다. 내가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할머니들 25~30명이 악보들을 펼쳐 놓고 앉아 계셨기 때문이다. ‘노인들 합창단’ 이란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었다. 당황해서 돌아가려는데 모든 분이 하나 같이 반갑게 환영해 주셨다. 마치 멀리 나갔던 가족이 돌아온 듯 열렬히 환영해 주셨다. 

   

이렇게 난생처음 합창단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합창단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이었다. 기껏해야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학교에 있는 합창부에 있었고, 미국에 와서 교회 성가대원으로 참가했던 것이 전부다. 이렇게 시작한 노인합창단의 생활이 벌써 6년차다. 이제 합창단은 내 인생의 일부다. 이 노인합창단에서 내 또래의 80대 소녀들과 행복의 노래를 부른다. 

   

합창단에서 함께 노래하는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노인들의 화음이 참 아름답다. 음악으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형님 아우하며 서로를 보듬어 준다. 나름대로 바쁘게 살지만, 은근히 합창단 연습시간을 기다린다. 연습이 끝나면 헤어지기가 아쉽다. 흐르는 세월에 속절없이 쇠약해지는 서로를 바라보며 애잔한 마음으로 서로를 챙긴다.

   

합창단은 내 인생거울이다. 단원들의 모습 속에서 나를 본다. 나보다 젊은 분을 보면서 나의 어제를 보고, 선배의 모습에서 나의 내일을 본다. 얼굴의 주름살로 세월의 연륜을 숨길 수는 없지만, 미모의 평준화가 되어 모두 덕스럽게 보였고, 지성의 평준화가 되어 인자함이 넘치고, 물질의 평준화가 되어 평안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코로나로 자연스럽게 합창단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젊고 실력있는 지휘자도 새로 모셨고 젊은 멤버들이 가입해 합창단은 활기가 더해졌다.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 실력과 상관없이 소중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반가운 단원들이다. 요즘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비록 8순이 되었지만, 피고 지고 또 피는 무궁화처럼 행복하게 부르고 또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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