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말차, 커피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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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말차, 커피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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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빈

임영빈 내과 원장


우리는 하루를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향긋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은 단순한 카페인이 아닌, 각박한 일상 속 리듬이자 루틴이다. 하지만 지금, 전 세계의 건강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녹색음료가 있다. 바로 일본 전통차인 ‘말차(Matcha)’다.


말차는 단순한 녹차가 아니다. 차잎을 통째로 섭취하는 방식으로, 일반 녹차나 커피보다 훨씬 많은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 특히 말차는 식이섬유, 단백질, 건강한 지방, 폴리페놀, 클로로필, 그리고 L-테아닌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커피보다 카페인은 적지만, 대신 L-테아닌이 뇌의 알파파를 유도하여 집중력은 유지하되 과한 각성 없이 차분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 조합은 불안하거나 예민해지기 쉬운 커피와 달리, 보다 부드러운 각성을 가능케 한다.


영국 킹스컬리지 런던의 팀 스펙터 교수는 말차가 혈당 조절, 심혈관 건강, 심지어 일부 암 예방 가능성까지도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말차의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장 건강과 대사 기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고 강조한다. 반면 커피는 간 건강과 장 운동성 촉진, 대사 증진에서 강점을 가진다. 결국 두 음료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건강에 이롭다.


문화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말차를 마시는 것이 단순한 음료 소비가 아닌 ‘의식’의 일환이다. 대나무로 만든 차솔(차센)로 곱게 간 차를 정성스레 휘저어 만드는 이 과정은 '마시는 명상'에 가깝다. 현대사회에서 점점 사라지는 ‘느림의 미학’과 ‘정적인 돌봄’을 다시 회복하게 해준다.


게다가 말차는 단지 차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말차 아이스크림, 말차 푸딩, 말차 라떼 등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며 설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단맛보다는 감칠맛을 강조하는 말차의 풍미는, 건강한 미각 재훈련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말차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커피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고,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나 음료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맹목적인 유행이 아니라 자기 몸의 반응을 읽고, 다양하고 건강한 선택지를 갖는 것이다.


커피가 ‘각성의 상징’이라면, 말차는 ‘균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우리는 빠르게 살아가지만, 그 속에 천천히 마시는 말차 한 잔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자극이 아니라, 더 깊은 쉼일지도 모른다. 문의 (213) 90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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